[자치단체장 선거공약 평가] 32. 기술 공약은 하나도 없고… 재개발 투기 광풍만 ‘들썩’
지역 개발비전 없는 신속 추진단 투‘ 기 조장’만… 국제학교 유치·교통 SOC 확대 등 현실성 뒷전
민진규 대기자
2022-12-13
2020년 9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이 발생했지만 아직까지 명확하게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다. 당시 안보라인에 있던 해양경찰청장·국방부 장관·국가정보원장·국가안보실장 등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다. 대북첩보 보고서인 이른바 특수정보(SI)가 언론에 노출되면서 미국 정부가 우려를 표명했다는 외신도 있다.

1968년 1월22일 휴전선을 넘어온 북한 특수부대원 31명은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해 청와대 기습을 시도하다 실패했다. 유일한 생존자인 김신조가 청와대에 잠입하기 위해 선택한 길을 ‘김신조루트’라고 부른다. 김신조루트가 시작하는 지점이 서울특별시 은평구에 있는 천년고찰 진관사다.

은평구는 1979년 서대문구에서 분리됐지만 강남 개발을 우선시하는 정부 정책 때문에 낙후된 채로 오랫동안 방치됐다. 6·1 지방선거에서 은평구청장 후보자가 제시한 선거공약을 국가정보전략연구소(국정연)가 개발한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선거공약’ 모델을 적용해 평가해 봤다. 

◇ 구청장 대부분 재선 이상 장기 집권

역대 민선 은평구청장은 이배영·노재동·김우영·김미경이다. 민선1·2기 이배영은 기업인 출신으로 2001년 2월 청탁 및 뇌물수뢰죄로 구청장직을 상실했다. 2010년 남북문화교류협회 이사장을 거쳐 2013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공동의장을 지냈다.

보궐 2·3·4기 노재동은 대우전자에 근무하다가 4대 서울시의원으로 변신했다. 2기 구청장 선거에 출마해 이배영과 경쟁해 낙선했지만 보궐 2기 선거에서 이긴 후 3연임했다. 5·6기 김우영은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정치를 시작했으며 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 최연희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7·8기 김미경은 4·5대 은평구의원과 8·9대 서울시의원을 거쳐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문위원을 지냈다. 유니세프·전국평생학습도시협의회·혁신교육지방정부협의회·참좋은지방정부협의회·한국인권도시협의회·전국사회연대경제지방정부협의회 등 다양한 단체에서 활동했다.

6·1 지방선거에서 은평구청장에 재선된 더불어민주당 김미경은 국민의힘 남기정과 경쟁해 승리했다. 후보자가 제시한 대표 공약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당선된 김미경의 5대 공약은 △신(新)경제·교통 중심지 은평 △누구나 살고 싶은 은평 △아이 키우기 좋은 은평 △더 따뜻하고 더 촘촘하게 △문화예술 대표도시 은평 등이다.

낙선한 남기정은 △수색역세권을 서북권 광역 생활 중심지로 △구)국립보건원 부지 활용-‘경제문화타운’ 복합개발 △공공의료 인프라 구축을 통한 체계적 지원서비스 확대 △지천 활성화로 ‘수(水)’세권 형성 △은평 역세권 규제 완화를 통한 용적률 상향 지원 등을 제시했다.


▲ 서울시 은평구의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선거공약’ 모델의 평가 결과[출처 = iNIS]


◇ 경제 활성화 기반인 과학기술 공약 0건

8기에 재선된 김미경 구청장은 선거공보물에는 5대 분야 30가지 실천계획·지역별 공약 42개 등 총 72개 공약을 게재했다. 12월 초까지 홈페이지에 구체적인 공약을 공개하지 않다가 9일 기준 등록된 공약을 보면 지역공약은 모두 사라지고 5대 분야 30개 핵심사업만 남겨뒀다.

김 구청장은 7기 때 5대 목표·11개 핵심과제·29개 실천사업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추진했다. 8기에도 선거공보물에 제시한 30개 실천계획과 42개 지역별 공약 중 재조정된 30개 핵심사업만 이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홈페이지에 등록된 △신경제·교통중심지 은평(7) △누구나 살고 싶은 은평(5) △아이 키우기 좋은 은평(6) △모두를 포용하는 복지도시 은평(7) △문화예술 대표도시 은평(5) 등 30가지 핵심 공약을 살펴봤다.

국정연은 김 구청장이 제시하고 있는 세부 공약 30개를 요소별로 다시 분류했다. 세부과제는 정치(1)·경제(1)·사회(20)·문화(8)·과학기술(0)로 구성됐으며 사회 공약이 66.7%로 △정치 공약 3.3% △문화 공약 26.7% 대비 많았다. 미래 먹거리인 과학기술 공약은 0%며 경제 공약도 3.3%에 불과했다. 요소별 주요 공약은 다음과 같다.

첫째, 누구나 살고 싶은 은평구를 만들겠다는 김 구청장이 제시하고 있는 정치 공약은 민관합동 재개발·재건축 신속 추진단 구성뿐이다. 낙후된 지역이라는 실정을 감안해도 재개발에 몰두하는 것은 지방자치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다.

둘째, 경제 공약은 서울혁신파크를 서북권 랜드마크로 조성해 신경제경제·교통중심지 은평을 건설하겠다는 목표와 관련된 1개만 있다. 신경제를 추진하겠다며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과학기술 공약을 1개도 수립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셋째, 사회 공약은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 조기 착공 추진 △교통문제 해결을 위한 인프라 마련 △5대 생활권역별 사회간접자본(SOC)시설 확충 △구민 중심 안전도시 만들기 △은평형 돌봄 시스템 구축 △청년 자립 지원 △중장년 새출발 지원 △1인 가구·다문화가정·외국인 등 복지사각지대 맞춤형 지원 등으로 많다.

재조정된 공약을 살펴보면 △은평새길·통일로 우회도로 등 도로교통 인프라 확대는 교통문제 해결을 위한 인프라 마련 △지구단위계획 재정비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연신내역 상권 활성화는 연신내역 지구단위 계획 재정비 △디지털 교육·간병서비스·안마바우처 확대 등 어르신 지원은 65세 이상 어르신 지원 등과 같이 모호하게 변경됐다.

넷째, 문화 공약은 △도서관 건립 △맞춤형 평생학습 확대 △문화관광벨트 조성 2단계 추진 △은평문화올림픽 개최 △문화예술마을 조성 및 지역문화 예술인 지원 △구민 이용 가능 공공체육시설 대폭 확충 등이다.

다섯째, 미래 먹거리이며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과학기술 공약은 1개도 없다. 농부가 봄에 씨앗도 뿌리지 않고 가을 수확을 기대하는 것과 같다. 

◇ 지역실정에 적합하게 공약 재조정 노력

김 구청장의 공약을 국정연이 개발한 갑옷(ARMOR), 즉 달성 가능성(Achievable)·적절성(Relevant)·측정 가능성(Measurable)·운영성(Operational)·합리성(Rational) 지표를 적용해 평가했다. 간략한 내역과 개선방안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달성 가능성은 50점 만점에 24점으로 낙제점을 벗어나지 못했다. 김 구청장은 선거공보물에 디지털 교육·간병서비스·안마바우처 확대 등 어르신 지원을 65세 이상 어르신 지원으로 재조정했다. 은행점포 폐쇄·키오스크 보급 확산 등으로 디지털 격차가 확대되면서 중앙 정부조차도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둘째, 적절성은 공약이 은평구의 다양한 여건에 적합한지 평가하는 지표이며 26점을 획득했다. 녹번·응암동 중학교 설립과 국제학교 유치 추진은 학교 설립 추진으로 변경됐다. 2021년 기준 서울시 외국인학교는 유치원과정 47개·초등학교과정 157개·중학교과정 91개·고등학교과정 115개 등 총 410개가 있다.

대부분 소득수준이 높은 강남 및 부유층이 많은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은평구에 설립한다고 해도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김 구청장이 국제학교 유치를 폐기하고 지역에 부족한 학교를 설립한다고 변경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다.

셋째, 측정 가능성은 공약의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지 여부를 평가하며 22점을 받았다. 보행자 중심 안전도시 은평 만들기는 구민 중심 안전도시 만들기로 범위가 확대됐으나 안전이란 개념 자체가 모호하고 범위가 넓어 특정하지 않으면 완료 여부를 평가하기 어렵다.

넷째, 운영성은 행정조직과 공무원이 공약을 실천할 역량과 조직체계를 구축·운영했는지 평가하는 지표로 18점을 획득했다. 현재 서울혁신파크에 시민단체·사회적 기업 등 230여 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잘 운영되고 있는 혁신파크를 무너뜨리고 9년째 방치된 마포구 상암동 랜드마크 조성사업처럼 건물만 짓겠다는 계획은 바람직하지 않다. 입주업체가 잘 운영되도록 지원하는 것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유리하다.

다섯째, 합리성은 공약이 주민자치를 실현하고 주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도움이 되는지 파악하기 위한 목적이며 22점을 받았다. 문화예술마을 조성 및 지역문화 예술인 지원 공약은 전국에 조성하고 있는 문화특화지역과 차별화 및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의문이다.

종합적으로 김 구청장의 선거공약은 4년 동안 30개를 충실하게 이행해도 250점 만점에 112점으로 달성률은 44.8%에 불과하다. 은평구를 신경제·교통중심지로 조성해 발전하겠다는 구상은 좋지만 경제는 공무원이 아니라 시장(市場)이 이끌어간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선거공약=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선거공약을 평가하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과 협력해 개발한 모델이다. 5G는 오곡(五穀·다섯 가지 곡식), 밸리(Valley)는 계곡을 의미한다. 문명은 ‘오곡백과’가 풍성한 계곡에서 탄생해 발전했기 때문에 국가·지자체가 번성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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