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장 선거공약 평가] 54. 풍부한 은퇴인력이 자산… 지역특화 산업 키워야
청년스타트업 육성 기반 빈약… 서울·판교 경쟁력 못 따라가, 축제 아닌 단순 도시 야간경관 조명사업 ‘에너지 정책 역행’
민진규 대기자
2023-02-16
수도권 시민의 젖줄인 팔당댐은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류한 지점에 건설된 다목적 댐이다.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개발을 제한한 곳이 경기도 양평군이다. 양평군은 수도권에 속하지만 청정자연을 잘 보전하고 있어 교외 나들이객이 가장 선호하는 지역 중 하나다.

1990년 7만7110명으로 최저점을 찍은 인구가 점점 증가해 1월 12만 명을 넘어섰다. 저렴한 주택의 공급이 늘어나면서 청년층보다는 은퇴자가 주로 유입되고 있다. 수도권과 연결하는 철도는 발전된 반면에 고속도로가 부실해 교통이 불편하다는 주민의 원성이 높은 편이다.

수령이 1100년을 넘은 은행나무로 유명한 용문사와 용문산이 양평군을 대표하는 관광지다. 6·1 지방선거에서 양평군수 후보자가 제시한 선거공약을 국가정보전략연구소(국정연)가 개발한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선거공약’ 모델을 적용해 평가해 봤다. 

◇ 지역 공무원 출신이 우세한 지형

역대 민선 양평군수는 민병채·한택수·김선교·정동균·전진선이다. 민선1·2기 민병채는 군인 출신으로 정치에 입문해 성공했다. 민병채는 17대 국회의원에도 도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3·4기 한택수는 경기도청 지방공무원으로 근무했으며 4기 재직 중 공직선거법을 위반해 군수직을 상실했다.

4기 보궐·5·6기 김선교는 양평군 9급 공무원으로 출발해 선출직 군수까지 성장했다. 김선교는 지역에서 닦은 정치적 기반을 잘 활용해 21대 국회의원에도 당선됐다. 7기 정동균은 기업인 출신 정치인으로 8대 경기도의원 선거에 출마해 낙선했지만 더불어민주당 바람 덕분에 군수에 당선됐다.

8기 전진선은 경찰관으로 충청북도 영동경찰서장과 경기도 양평경찰서·여주경찰서장을 지냈다. 이후 8대 양평군의원을 거친 후 군수에 도전해 성공했다.

6·1 지방선거에서 양평군수에 당선된 국민의힘 전진선은 더불어민주당 정동균과 경쟁해 승리했다. 후보자들이 제시한 대표 공약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당선된 전진선은 5대 공약으로 △천혜의 자연환경을 ‘보존과 활용’으로 중첩규제 완화 △‘친환경 농업특구 → 농촌복지’로 변화 △지역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한 친환경 디지털단지 조성 △군민을 책임지는 복지양평 △지역발전의 원동력·사통팔달 양평! 등을 제시했다.

낙선한 정동균은 △건강한 예비부모! 행복한 어린이! 꿈을 찾는 청소년! △열정가득 청년! 마음 편한 여성! △활력 넘치는 중장년! 어르신! △모두가 살기 좋은 양평! 미래세대를 위한 양평!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지지를 얻지 못했다.


▲ 경기도 양평군의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선거공약’ 모델의 평가 결과[출처 = iNIS]


◇ 사회·문화 공약 72% vs 경제공약 16%

8기에 당선된 전 군수는 선거 공보물에 5대 핵심정책·7대 주요공약·15개 세부공약과 지역별 공약 36개 등 51개의 공약을 제시했다. 당선 후 공약은 △구석구석 미치는 생활행정(12) △균형과 채움의 지역균형발전(22) △활기찬 일자리와 관광(42) △돌봄과 배려의 보건복지(32) △소통하는 민원플랫폼(9) 등 5대 분야·29개 전략·117개 세부공약으로 조정됐다.

국정연은 전 군수가 홈페이지에 제시한 공약 117개를 요소별로 다시 분류했다. 세부과제는 정치(10)·경제(19)·사회(58)·문화(27)·과학기술(3)로 구성됐으며 사회 공약이 전체의 49.6%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문화 공약 23.1% △경제 공약 16.2% △정치 공약 8.5% 순이며 미래 먹거리인 과학기술 공약은 2.6%이다. 요소별 주요 공약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정치 공약은 △규제완화로 개발 허용범위 확대 △공무원이 일하고 싶은 공정한 인사관리 시스템 마련 △군민이 체감할 수 있는 행정서비스 적극 지원 △중앙정부와 소통하며 공감하는 열린 행정 추진 △관내 기관·단체와 소통하며 공감하는 열린 행정 구현 등이다.

둘째, 경제 공약은 △우수농업 후계인력 육성 △친환경기업(미디어&디지털콘텐츠·친환경에너지·지식산업단지 등) 유치 △청년 스타트업 육성 △중소기업 지속 성장 지원 △청년 스마트팜 농업 지원 △친환경 농특산물 브랜드 이미지 제고 △스마트스토어 및 라이브커머스 개발 △산업단지 조성 등을 말한다.

셋째, 사회 공약은 △풍요롭고 행복한 새양평 터전 마련(인구정책) △복지접근성 강화를 통한 공간 복지시설 확충(통합복지관) △주민갈등의 예방과 상생협력 실현을 위한 체계 구축 △노후가 행복한 ‘귀농1등 양평만들기’사업 추진 △독거노인 인공지능(AI) 스마트 돌봄 운영 추진 등으로 다양하다.

넷째, 문화 공약은 △농촌지역 교육비 부담 경감 확대 추진 △양평 힐링관광 콘텐츠 개발 △근대사 거점을 활용한 관광 인프라 구축 △지역영상미디어센터 운영 △더 큰 양평군립미술관 조성 △도시 야간경관 관광자원화 사업 등이다.

다섯째, 과학기술 공약은 △스마트마켓 관광 상품화를 위한 정보기술(IT) 인프라 구축 △스마트시티 IN 양평 플랫폼 구축 △디지털플랫폼 구축 등으로 단출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IT 인프라와 플랫폼 구축이 중요하지만 규모나 용도 등을 구체적으로 확정할 필요가 있다. 

◇ 도시 야간경관과 같은 공약 페기 바람직

전 군수의 공약을 국정연이 개발한 갑옷(ARMOR), 즉 달성 가능성(Achievable)·적절성(Relevant)·측정 가능성(Measurable)·운영성(Operational)·합리성(Rational) 지표를 적용해 평가했다. 간략한 내역과 개선방안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달성 가능성은 50점 만점에 25점으로 낙제점을 겨우 벗어났다. 청년 스타트업 육성은 청년 외식 창업 인큐베이팅, 온라인스토어 창업 지원, 청년 크리에이터 육성 등을 추진하려는 것이다. 2008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청년들의 외식 창업이 유행했다가 대부분 망했다.

양평군이 경기도에 속해 있고 인구가 늘어나고 있지만 청년층보다 은퇴자가 주를 이루고 있어 청년 스타트업보다는 은퇴자의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창업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외식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지역 실정에 적합한 업종을 찾으면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둘째, 적절성은 공약이 양평군의 다양한 여건에 적합한지 평가하는 지표이며 27점을 획득했다. 도시 야간경관 관광자원화 사업의 경우 양평은 자연환경 자체가 충분히 훌륭한 관광자원이기 때문에 무리하게 예산을 투입해 야간 조명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야간 조명은 2008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강에 있는 교량에 화려한 조명을 설치해 관광자원화 하려다 에너지시민연대가 에너지 낭비 행정의 전형으로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역행한다며 반대해 좌초된 사업이다. 지난해 9월 산업통상자원부는 에너지 위기 극복을 위해 공공시설 경관조명을 소등하라고 요청했다.

셋째, 측정 가능성은 공약의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지 여부를 평가하며 25점을 받았다. 군민이 체감할 수 있는 행정서비스 적극 지원의 경우 공무원이 제공하는 행정서비스는 규정에 따라 보수적으로 집행되기 때문에 행정 혁신이 매우 어렵다. 군민이 체감도 자체가 주관적이라는 점도 감안했다.

넷째, 운영성은 행정조직과 공무원이 공약을 실천할 역량과 조직체계를 구축·운영했는지 평가하는 지표로 19점을 획득했다. 스마트스토어 및 라이브커머스 개발도 공무원이 추진하기에 적합한 사업이 아니다. 라이브커머스는 TV 홈쇼핑에 이어 가장 치열한 경쟁구도가 형성된 시장이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다섯째, 합리성은 공약이 주민자치를 실현하고 주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도움이 되는지 파악하기 위한 목적이며 31점을 받았다. 과학기술 공약 중 IT 인프라와 플랫폼 구축은 라이브커머스와 마찬가지로 공공기관이 구축 및 운영하기 어렵다.

자동차를 예로 든다면 저렴한 경차부터 최고급 스포츠카까지 다양하지만 모두 이동수단에 속한다. IT 인프라와 플랫폼도 규모와 기능에 따라 천차만별이라 다양한 거래자와 소비자가 참여해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려면 엄청난 투자비가 필요하다.

종합적으로 전 군수의 선거공약은 4년 동안 117개를 충실하게 이행해도 250점 만점에 127점으로 달성률은 50.8%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평가한 경기도 지방자치단체 중 경기도 의정부시가 112점으로 가장 높았다는 것과 대비된다. 지역 실정에 적합한 공약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한 점을 적극 반영한 결과다.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선거공약=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선거공약을 평가하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과 협력해 개발한 모델이다. 5G는 오곡(五穀·다섯 가지 곡식), 밸리(Valley)는 계곡을 의미한다. 문명은 ‘오곡백과’가 풍성한 계곡에서 탄생해 발전했기 때문에 국가·지자체가 번성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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