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문화] (47)기업은 여유자원을 확보해야 돌발상황에 대처가 가능하지만 대기업처럼 사내유보금을 쌓는 것은 부적절
민진규 대기자
2016-09-29 오후 1:37:33
 

 


▲코닥의 제품 종류(출처 : 홈페이지) 

◈ 여유자원을 잘못된 사업에 투자하면 기업이 망해

기업은 자원배분을 효율적으로 해야 한다. 특정사업에 자원을 올인하기 보다는 예기치 못한 위기상황도 대비할 수 있는 여유자원을 남겨둬야 한다.

1997년 재계 서열 14위인 한보그룹은 철강산업을 무리하게 진행하다가 부도났다. 대우그룹도 동유럽 사업에 집중하다가 공중 분해됐다.

삼성그룹도 삼성전자의 반도체 이익과 다른 계열사의 이익 대부분을 삼성자동차에 투자했지만 투자규모 예측을 실패하고 IMF외환위기로 그룹이 흔들린 경험을 했다.

세계 최대 카메라 필름업체인 이스트만 코닥(Eastman Kodak)은 필름시장에 안주하면서 디지털 카메라 시장을 예측하지 못해 위기에 직면했다.

또한 HP와 같은 디지털 기기업체가 내 놓은 고화질 프린터에 시장을 빼앗겼다. 이제 코닥은 필름기업이 아니라 이미지기술에 관련된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인텔(Intel)은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이자 혁신적인 기업으로 평가를 받는다. 21세기 산업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그린(Green)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사업을 블루(Blue), 새로운 디지털사업을 그린(Green)으로 분류한 후 회사의 전체 역량을 그린사업에 투입하고 슬로건도 ‘Thinking Green’으로 결정해 조직의 혁신 방향을 통일했다.

금융회사 찰스 슈왑 (Charles Schwab)은 1996년 인터넷 사업부문인 e-슈왑을 설립해 온라인 증권시장에 진출했다. 기존 오프라인 사업은 그대로 둔 채 별도의 사업부로 온라인 사업을 실험한 것이다.

1년 후 기존 사업부문을 모두 e-슈왑으로 통합해 기존 조직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조직에 활력을 심었다.

기업의 성과는 영원히 이어지지 않고 한 제품으로 오랫동안 이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에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로 벌어 들인 이익을 유보해 LCD 사업에 대규모로 투자해 경쟁력을 확보했고 이제 반도체와 LCD로 벌어 들인 돈을 LED, 태양광, 의료 등의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지금까지 상황으로 보면 선순환 투자구조로 좋은 성과를 냈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메모리 반도체와 LCD 사업은 대규모 투자로 단기간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이었지만 다른 사업은 반드시 그렇지 않다.

삼성그룹도 5대 전략산업에 무모한 투자를 하기보다는 기존사업과 신규사업에 자원을 적절하게 배분해야 한다. LED, 태양광, 의료사업 모두 성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 사내유보금도 투자하라고 강요하지 말고 정부가 정책방향부터 제시하는 것이 순서

국내 기업은 여유자원이라는 용어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국내 28개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은 521.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내유보금은 대차대조표의 이익잉여금과 자본잉여금을 합한 것으로 그냥 쌓아 둔 현금만은 아니다.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계설비 도입, 공장건설, M&A, 금융상품 구입 등을 위해 투자할 금액이다.

사내 유보금이 많은 것은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사내 유보금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은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적정수준의 투자활동을 유지해야 하는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를 두려워하면서 사내 유보금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이익을 내고 있는 사업이라고 해도 경쟁자가 등장하고 가격경쟁이 격화되면 매출과 이익은 감소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미래의 성장을 위해서는 위험을 무릅쓰고 신수종사업 아이템을 늘려야 한다. 하지만 자사의 실정에 적합하고 성장가능성이 높은 사업을 발굴하거나 선택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국내 10대 대기업의 순위는 조금씩 바뀌지만 이들 기업의 주력사업은 크게 변화가 없는 것도 신사업을 발굴하기 어렵다는 것을 입증한다.

사내유보금은 많아도 문제고 적어도 문제다. 많으면 적정 규모의 투자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내유보금이 많지 않은 기업은 현재 사업에서 적정 수준의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한국 정치인들은 대기업에게 사내유보금을 적극적으로 투자에 활용해 고용을 창출하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투자를 늘리면 고용이 늘어날 수도 있지만 반드시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들에게 투자를 독려만 하지 말고 먼저 정부가 어떤 사업에 투자를 하도록 유도할 것인지 정책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정책방향에 따라 투자하고 선진국 산업을 모방한 하던 대기업들이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 계속 - 

민진규 <국가정보전략연구소장> stm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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