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진단] 전방산업에서 철강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글로벌 철강산업의 미래
민진규 대기자
2014-05-05
오스트레일리아 철광석 수출은 글로벌 경기흐름에 민감하게 반응, 인도네시아의 원석수출금지조치로 국내 광산업의 위축 불가피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건설, 조선, 자동차 등 철강업의 전방산업들에서 철강 수요가 줄어들면서 철강산업이 정체되어 있다. 특히 자원의 블랙홀로 불리던 중국경제가 8%성장신화가 무너지고, 설비과잉으로 몸살을 앓게 되면서 글로벌 철강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일본과 한국의 철강수요도 감소하면서 아시아 국가에 철광석을 수출하던 오스트레일리아 광산회사들이 투자를 줄이고 있으며, 경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철광회사로부터 수요가 줄어들면서 광산개발회사들도 탐사비용을 축소하고, 근로자 해고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경영위기 속에서도 일본 철강회사들은 고품질의 제품개발, 한국 철강회사는 합작회사 투자 등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 오스트레일리아 철광석 수출, 일본과 한국으로 감소세 지속

최근 세계 2위 광산업체인 리오 틴토(Rio Tinto)는 주요 제품인 철광석사업의 생산과 운송 부문에서 지난 한해 동안 전년 대비 각각 5%씩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영국과 오스트레일리아의 합작회사인 리오 틴토의 발표에 따르면 전 분기대기 4분기 실적은 철광석 운송이 6%, 생산은 3% 증가했다.

지난 1년간 철광석 생산량은 총 2억 6600만 톤에 달했다. 12월에는 오스트레일리아에 열대성 저기압인 사이클론이 강타해 예상치 못한 기상재해로 며칠 간 운영이 중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100만 톤이 증산되었다. 리오 틴토는 올해 철광석 생산량 목표치를 2억 9000만 톤으로 높임으로써, 철광석 생산과 운송부문에서 새로운 기록을 세울 것을 계획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정부의 자료에 따르면 2013/14 회계연도의 철광석 수출 예상치를 지난해 12월 예측한 6억 5000만 톤에서 약 1900만 톤이 감소한 6억 3100만 톤으로 하향 조정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회계연도는 2013년 7월 1일부터 2014년 6월 30일까지이다.

주요 소비국인 중국 등에서 철강수요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다만 제철용 석탄 수출은 1억 7700만 톤으로 지난해 예측한 1억 6400만 톤보다 약 1300만 톤 상향 조정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주요 수출광물은 철광석과 석탄으로 글로벌 경기흐름에 따라 수출물량이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오스트레일리아 철광석의 대중국 수출물량은 전월 대비 10%, 전년 동월 대비 43% 증가한 2,520만 톤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에 일본으로의 수출은 9월 220만 톤에서 10월 160만 톤으로 60만 톤으로 27% 감소했다.

한국으로의 수출 역시 9월 290만 톤에서 10월 140만 톤으로 52%나 감소했다. 일본과 한국의 수출물량이 감소한 반면 중국의 수출 물량증가로 인해 철광석의 전체 수출 물량은 약 2,900만 톤으로 전년 동월 대비 33% 증가, 전월 대비 보합세를 유지했다.

전문가들은 일본과 한국으로의 철광석 수출이 감소하고 있는 것은 양국의 경제가 침체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일본의 경우 아베노믹스로 인한 경제활성화 정책이 철광수출 분야에 반영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아시아 지역의 경기침체로 인해 일본 제조업이 활성화 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도 포스코 등 철강업체들이 수출이 급감하면서 생산량을 줄이고 있어 철강산업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4년 오스트레일리아의 대중국 철광석 수출은 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경제의 연착륙 여부에 따라 수출물량이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 정부의 자료에 의하면 2013년 철 스크랩 수출량은 1849만 5322톤으로 전년 대비 약 13.4% 감소했다. 철 스크랩의 수요가 미국 내에서는 호조를 보였지만, 터키, 아시아 등 주요 철 스크랩 수입국들의 수요가 큰 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2007년 이후 6년 만에 미국의 철 스크랩 수출은 2000만 톤 이하로 줄었다. 철근 등의 철강제품을 제조하거나, 용광로의 불쏘시개로 사용되는 철 스크랩의 수출이 하락한 것은 철강업체들의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건설, 조선 등 철의 수요가 많은 산업에서 주문이 급감하고 있다. 

▶ 광산개발 투자 축소와 광산노동자 해고 증가

세계 최대 광산업체인 BHP Billiton는 경기침체 여파로 광산개발 투자를 축소하고 있다. 2013년 상반기 결산결과 주주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15%가 감소한 61억 2,000만 달러(약 6조 8,300억 원)였다. 영업실적이 악화되면서 투자액수를 줄이고 있다.

2014년 광산개발에 162억 달러(약 18조 790억 원)를 투자할 예정이지만 이는 계획에서 24% 삭감한 금액이다. 그리고 캐나다 탄산칼륨 광산개발에 4년간 26억 달러(약 2조 9,000억 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했지만 2015년 생산을 시작하려는 계획은 연기했다. 이 광산개발에 필요한 투자비 일부는 지분 매각을 통해 확보할 예정이다.

지난해 6월 일본의 이토추 상사, 미쓰이 물산은 BHP Billiton의 호주광산에 15억 달러(약 1조 6,700억 원)를 투자했다. 이토추가 8억 달러(약 8,900억 원)를 투자해 지분의 8%를 확보했고, 미쓰이는 7억 달러(약 7,800억 원)를 투자해 지분의 7%를 받았다.

BHP Billiton이 투자계획을 축소하는 것은 2013년 하반기뿐만 아니라 2014년도 경기회복 가능성이 낮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지분매각을 통해 개발에 대한 위험부담을 줄이려는 목적도 갖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중소 광산회사의 단체인 인도네시아 광물경영자협회(Indonesian Mineral Entrepreneurs Association)는 회원기업이 약 3만 명의 근로자를 해고했다고 밝혔다. 또한 회원기업들 중 약 100여 개는 조업을 중단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해 12월 원석의 수출금지조치법을 제정했으며 중소광산업체들은 법 시행 이전부터 정부의 정책에 반발하고 있다. 근로자 해고조치와 조업중단도 정부정책에 대한 반대의 의사표시다. 전문가들은 광물원료의 수출금지정책으로 인해 국가의 무역, 경상수지 악화는 GDP의 약 0.3%, 수출 손실비용은 약 50억 달러(약 5조 3110억 원)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정부관계자는 일시적인 광업생산 및 국가수입의 감소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국가경제에 큰 이익이 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정부는 2016년 까지 원석을 가공한 광물을 수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제련소 구축 등 인프라조성에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따라서 향후 3~5년 내에 다수의 제련소가 건설될 것으로 보이며, 제련소 설비관련 글로벌 기업들의 수주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과 독일 기업들이 관련 분야에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원석의 수출을 금지하면서 인도네시아 광산에 투자한 중국기업들이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 고품질의 제품개발과 합작투자로 경쟁력 제고

최근 일본의 철강회사인 JFE스틸(JFL Steel Corporation)은 가공성을 높인 탄소열연 강판인 '슈퍼핫-G'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기존의 탄소함량 0.35%의 기계구조용 탄소강(S35C)에 비해 가공성을 높였다. 고탄소강판은 담금질 경도를 높일 수 있지만, 프레스 성형을 할 경우 가공성이 떨어지는 특성이 있다.

이번에 개발한 슈퍼핫-G는 가공성을 높이고, 연질화를 실현했으며, 열처리를 통해 담금질 강도를 확보했다. 지금까지 박판의 프레스 성형이 어려웠지만, 이제는 슈퍼핫-G를 사용해 부품을 성형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다수의 부품을 일체화하고, 부품형상도 자유롭게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연질화로 프레스 성형 하중을 줄일 수 있어, 금형의 부하를 감소시켜 금형의 수명도 연장할 수 있다.

연료소비가 적은 고효율 자동차를 개발하는데,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자동차의 경량화이다. 부품을 소형화하거나 부품의 형태가 복잡해지고 있어 철판의 높은 가공성이 요구되고 있어 관련 제품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JFE스틸은 2003년 가와사키 제철과 니혼강관(NKK)이 통합해 탄생했으며, 일본 내 2위, 세계 5위 규모의 철강업체이다. JFE홀딩스를 지주회사로 하고 있는 JFE그룹의 자회사이기도 하다.

태국 철강회사 MCS스틸(M.C.S. Steel Public Company Limited)은 한국의 철강 대기업 포스코와 합작해 올해 3월 중국에 법인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합작회사는 MCS스틸은 588만 달러(약 62억 3000만원)을 투자해 49%의 지분을 갖게 된다.

한국 포스코가 32%, 대련에 있는 포스코의 후판 가공센터 POSCO-CDPPC가 9%, POSCO-China가 10%의 지분을 나눠갖게 된다. 원료는 한국에서 수입하며, 중국공장에서 고품질의 철강을 생산할 예정이다. 신규 회사명은 POSCO-China Dalian Steel로 정했으며, 이사진은 MCS 스틸이 2명, 한국 포스코가 3명을 파견하게 된다. MCS스틸은 이번 합작으로 해외사업을 다각화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리오 틴토(Rio Tinto)의 광산 전경(출처 :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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