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진단]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와 공급과잉으로 촉발된 철강산업의 위기
민진규 대기자
2014-04-28
신흥공업국의 경제성장 폭이 둔화되면서 글로벌 철강 수요도 정체, 인도도 순수출국으로 전환되면서 유럽의 철강회사 대부분이 폐쇄로 내몰려

소위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글로벌 철강산업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의 경기침체를 더 이상 견뎌내지 못하고 좌초하기 시작했다. 세계철강협회(World Steel Association, WSA)의 자료에 따르면 세계의 공장으로 철광석을 블랙홀처럼 빨아 들이던 중국의 철광석 수요가 지난해 6.1% 성장에서 올해는 단 3%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 예상치도 2.7%로 점차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가들도 중국과 크게 차이가 없이, 작년 5.1% 성장에서 올해 3.2% 로 역시 감소세를 나타냈다. WSA는 올해 글로벌 철강수요는 지난해 대비 3.1% 상승해 15억 2,000만 톤 규모에 이르고, 2015년에는 3.3%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 

▶ 중국 정부, 과잉생산문제 해결 위해 공장폐쇄 결정

중국강철공업협회(China Iron and Steel Association, CISA)는 자체 회의에서 철강산업의 설비과잉 문제는 매우 심각하며,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고 진단했다. CISA는 약 3억 톤이 과잉 생산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데, 이는 2013년 EU(유럽연합)의 철강생산량 2배에 달하는 것이다.

또한 지난해에만 6,920 만 톤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가 신규로 만들어졌다. 지방정부가 실적을 내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기 대문이다.

CISA는 2014년 철광제품의 수요는 7억 1500만 톤으로 전년 대비 약 3.2%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철광석 수입은 수요량보다 최소 1억 5500만 톤이나 많은 8억 7000만 톤으로 약 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8% 성장률 신화가 붕괴된 경기침체, 정부의 산업구조조정 등의 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나, 중국 내 철강수요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들이 시장점유율을 높이려고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어 공급과잉 사태가 초래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심각한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있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오래된 공해시설을 철거하고 있으며, 허베이성의 철강공장 19곳을 폭파 해체했다. 허베이 지방정부는 19개의 철강공장을 해체해 2020년 까지 철강생산량을 8,600만 톤으로 줄이기로 결정했다. 이는 2013년 생산량의 약 60%에 불과하다. 지난해 생산량의 약 40%를 감축해 철강공급 과잉사태로 인한 문제를 최소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PM2.5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인 노후화된 철강공장을 폐쇄함으로써 환경오염문제도 해결하고, 철강의 공급과잉문제까지 해소할 목표를 세운 것이다. 정부는 공급과잉된 철강의 수출도 독려하고 있다. 중국기업들이 철강수출을 늘리기 위해 덤핑수출을 강행할 경우 주변국들의 경쟁력은 크게 훼손될 것으로 보인다. 

▶ 철강수입국이던 인도마저 순철강 수출국으로 전환

인도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인도는 2013~14년 순철강 수출국으로 전환됐다. 2013년 인도는 559만 톤의 철강을 수출했고 544만 톤을 수입해 15만 톤을 더 수출했다. 인도는 현재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철강생산국이다.

인도는 2007~08년도 이전에는 철강을 수입보다 수출을 많이 했지만, 이 후부터는 산업용 수요가 급증하면서 순수 철강수입국으로 전환됐다. 그리고 이 추세는 지속돼 2012~13년까지 790만 톤을 수입하고 520만 톤을 수출했다. 하지만 순수입국으로 전락한지 6년 만인 2013~14년부터 순수출국이 된 것이다.

2013~14년도에 수출은 약 4.1% 증가했지만, 수입은 31.3% 감소한 덕분에 철강 순수출국이 된 것이다. 수출이 더 증가한 이유는 환율불안 때문이고, 수입은 확실히 국내경제가 나빠지면서 급격하게 줄어 들었다. 인도의 철강소비는 2013~14년에 단지 0.6% 성장하는데 그쳤는데 지난 4년 중 가장 낮다.

철강소비량은 739만 3,000톤에 불과한데 국내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수입이 낮아진 것에 영향을 받았다. 국내 철강소비의 성장률이 낮은 것으로 보아 2013~14년에도 수요전망이 계속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 분야가 철강소비량의 60%를 차지하고 자동차산업이 약 15%를 소비한다. 이 두 영역은 경제둔화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통계청은 이러한 경제상황을 감안해 2013~14년 청강소비는 4.9%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2012~13년 성장률은 약 4.5%였다. 국내소비가 급감하면서 철강회사들은 수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수출이 급증한 것이다. 올해도 인도경제가 급격한 회복세를 보이기 어렵기 때문에 철강업체들은 내수보다는 수출에 더 집중할 것으로 판단된다.

인도 최대 철강회사인 타타스틸(Tata Steel)이 2012년의 부진에서 벗어나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보이고 있다. 2013년 3분기 매출은 3조 4493.9억 루피(약 58조 3200억 원)이고, 이익은 383.6억 루피(약 6400억 원)이다.

3분기 판매량은 지난해 607만 톤에서 올해 648만 톤으로 증가했으며 순이익은 2012년 363.9억 루피(약 6100억 원)의 적자에서 올해 916.8억 루피(약 1조 5400억 원)의 순이익으로 전환됐다.

타타스틸은 인도와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판매마진을 지난해 7%에서 10%로 올렸다. 인도에서도 철강가격을 9월 톤당 1,500~2,500달러로 올렸다. 타타유럽도 2012년 3분기 40억 루피(약 670억 원)의 손실을 냈지만, 2013년 3분기에는 생산비용을 절감해 554억 루피(약 9300억원)의 이익을 실현했다.

지난해 루피화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수입하는 철강석과 석탄의 가격상승으로 철강업계는 원가상승 압력을 받으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타타스틸은 대규모 이익을 낸 것이다. 타타스틸은 타타스폰지, 타타철강가공, 타타블루스코프 등의 자회사가 생산량의 대부분을 소화하고 있어 판매도 용이한 편이다.

그리고 자동차 부품 관련 중소기업들로부터의 제품주문도 늘어나고 있어 고객도 늘어나고 있어 대규모 시설확장도 계획하고 있다. 인도의 철강업체들은 여전히 강한 내수시장 수요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어 글로벌 시장의 주역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 유럽국가들 철강회사 살리기 위해 안간힘

최근 프랑스의 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는 룩셈부르크의 총리 장 클로드와 함께 양국의 철강 산업의 미래에 대해 논의했다. 룩셈부르크 총리가 프랑스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프랑스 메츠(Metz)지역을 방문했다. 양국 정상은 룩셈부르크의 벨발(Belval) 지역에서 협력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철강산업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이 모임 이후 올랑드 대통령은 플로랑주 주에 위치한 세계 최대 철강회사인 아르셀로미탈(ArcelorMittal)을 방문했으며, 노조원들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는 철강산업의 미래를 확신하며, 프랑스 철강산업을 위해 연구소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아르셀로미탈은 지난해 4월 철강고로 2기의 가동을 중단하면서 인력감축을 고려했지만 정부가 대규모 공장을 폐쇄할 경우 업주를 처벌한다며 엄포를 하자 폐쇄방침을 철회했다. 최근 프랑스 정부는 일명 '플로랑주법'을 통과시켜 대규모 공장폐쇄로 인한 실업자 증가를 억제하고 있다.

독일의 철강회사인 티센크루프는 전 세계적인 철강 과잉공급 현상으로 인해 실적이 부진해지면서 철강사업의 구조조정을 고민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로 철강에 대한 수요가 감소했고, 신흥국의 과잉설비는 생산량을 증가시켜 철강의 만성적인 공급과잉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철강산업의 미래는 어둡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티센크루프는 미국과 브라질에서 잘못된 확장전략을 선택함으로써 엄청난 손실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티센크루프가 대규모 감원을 실시하고, 미국의 철강사업을 매각하고, 사업구조를 철강에서 자본재 사업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한다.

EU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르셀로미탈이나 티센크루프 등 유럽 철강회사들이 장기적으로 생존할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공업국의 철강산업이 내수에서 소화하지 못할 정도를 생산해 덤핑수출을 강화하고 있어 관세장벽이나 단순 보호노력만으로 유럽의 철강회사들이 생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별한 기술력을 보유하지 못한 한국의 철강업계도 유럽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인도, 중국의 철강업체들의 덤핑공세를 견뎌낼 수 있을지 걱정된다.


▲인도 타타스틸(Tata Steel) 제철소 전경(출처 :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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