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진단] 가입자 증가세 둔화와 경쟁으로 성장 정체된 통신산업
민진규 대기자
2014-05-26
성장 정체와 유사 서비스의 등장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통신시장, 선진국과 달리 신흥공업국에서는 성장세 지속가능 전망

2000년대 초반부터 급격하게 성장하던 통신산업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체기를 맞이하고 있다. 금융위기로 가계소득이 줄어들면서 통신비에 대한 가계부담이 증가하면서 각국 정부는 통신요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고, 이는 통신사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통신사들은 스마트 폰의 도입으로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으며, 3G, 4G 등과 같이 속도경쟁을 하면서 설비투자금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경영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통신사들은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는데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선진국에서는 순이익 급감으로 대규모 구조조정 시작

공기업으로 시작해 민영화된 독일 통신업체인 도이치텔레콤(Deutsche Telekom AG)은 2013년 4분기에 7억 5,200만 유로(약 1조 1,100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2012년 4분기에 6억 4,100만 유로(약 9,460억 원)의 이익을 기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2013년 4분기 매출액은 156억 7,000만유로(약 23조 1,300억 원)로, 지난해 동기간에 비해 6.5% 상승했다. 4분기의 결과는 오스트리아의 T-모바일 사업이 11억 유로(약 1조 6,200억 원)의 매출액으로 부진했기 때문이다.

도이치텔레콤은 2001년 미국의 이동전화 서비스업체인 보이스스트림(VoiceStream), 2007년 미국 남동부의 무선인터넷 서비스업체인 썬콤(SunCom Wireless)을 인수했다. 그리고 2008년 그리스 통신업체인 OTE를 인수했다.

도이치텔레콤이 사업을 펼치는 주요 국가는 서유럽 전역, 미국, 캐나다, 러시아, 중국, 일본, 아프리카 등이다. 무리하게 사업을 펼친 결과 수익성이 급감하면서 이익개선을 위해 지난 3월 4,900명을 감원하기로 결정했다. 유럽 통신시장에서 경쟁기업 간 치열해진 경쟁으로 인해 이익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감원대상은 기업 서비스부문인 T-Systems의 직원 5만 명 중 약 10%인 4,900명이다. 우선적으로 2014년 말까지 2,700명을 감원하고, 나머지 2,200명은 2015년 말까지 정리하기로 했다. 자국 내 인원을 대상으로 감원계획을 실시하고, 국외지역에 대한 감원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오스트레일리아의 2위 통신업체인 싱텔 옵터스(SingTel Optus)는 소비자 & 비즈니스 부문의 구조조정으로 350명의 직원을 감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옵터스는 '더 높은 효율성'과 '혁신'을 위해 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주장했다.

경제전문가들은 과연 사측에서 답변한 구조조정의 2가지 이유가 합당한지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고객서비스와 효율성을 위해 직원을 감소시키면 그에 따른 전문교육 훈련프로그램이나 기업이미지를 위한 새로운 광고, 신규고객 유치를 위한 이벤트 등의 전략적 마케팅을 내놓아야 하는데 이러한 노력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옵터스는 이미 지난해부터 직원을 줄이기 시작했다. 2013년 12월 기준으로 9개월 간 345명이나 되는 직원들이 사라졌으며 당시 8,685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2012년 12월 직원이 9,130명이었던 것과 비교해 보면 1개월에 약 35명씩 회사를 나갔다는 통계가 나온다.

2013년 12월을 기점으로 9개월간 순이익이 7억 2200만 달러(약 7400억 원)로 2012년 12월 같은 기간에 비해 2억 4200만 달러(약 2500억 원)가 증가했다. 직원 감축을 통한 운영비 절감이 순이익 상승의 주요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대표적으로 도이치텔레콤와 옵터스를 봤지만 미국, 유럽, 일본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통신시장은 포화상태로 더 이상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가입자는 늘어나지 않는데, 업체간 과당경쟁으로 마케팅 비용은 급증하면서 수익구조가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가입자 유치를 통한 덩치 키우기 보다는 운영에 따른 리스크 관리와 손실 최소화에 주력해야 하는데 그 방안이 구조조정으로 인한 인건비 절약부터 시작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옵터스의 경우처럼 직원의 구조조정으로 서비스의 질이 저하되면 기업의 경쟁력은 사라지기 때문에 인력구조조정은 신중하기 단행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 중국, 태국 등 신흥공업국은 성장세를 유지 중

중국 3대 통신사업자의 2014년 1월 말 기준 휴대폰 가입자 수는 1월에 466만 명이 증가해 총 7억 7,186만 6,000만 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4G 상용화에 힘입어 '차이나 모바일'의 3G 신규 사용자의 수는 타 통신사에 비해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으며, 총 가입자 수 2억 명을 돌파했다.

반면 '차이나 텔레콤'은 신규 가입자가 3만 명에 그치는 등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으며, '차이나 유니콤'은 약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통신시장도 망 속도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가입자 빼앗기 전쟁이 시작된 것으로 판단된다.

차이나 텔레콤에서 고객이탈은 경쟁사인 차이나 모바일의 LTE 4G 서비스 시작과 마케팅 강화에 따른 결과다. 4G 서비스는 올해 통신시장 점유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며, 각 통신사의 4G 점유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사업자 별로 4월 실적을 보면 차이나 모바일은 2G 휴대폰 가입자 수 353만 명 증가했고, 3G 휴대폰 가입자는 700만 명 증가해 총 가입자 수 2억 3198만 명에 달했다. 4G 휴대폰 가입자는 200만 5000명 증가해 479만 8000명을 기록했다.

차이나유니콤의 4월 실적은 2G 휴대폰 가입자는 89만 5000명이 증가해 총 2억 9,059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3G 휴대폰 가입자는 211만 명 증가해 1억 3,441만 명을 기록했으며 차이나 모바일의 4G서비스 상용화도 가입자가 정체되는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반대로 차이나 모바일의 경우 4G서비스의 활성화로 지난 1월부터 가입자가 급증하고 있다.

태국 정부의 조사에 따르면 2014년 태국의 통신시장이 5,060억 바트(약 16조 1,565억 원)로 지난해에 비해 8.3%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스마트폰의 보급확대로 휴대폰을 이용한 인터넷 이용자의 증가가 원인으로 분석됐다.

2013년 휴대폰 시장은 2012년에 비해 5.2% 증가해 685억 바트(약 2조 1,872억 원)를 기록했으며 2014년에는 13.4%가 성장한 777억 바트(약 2조 4,809억 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3년 스마트 폰 시장은 2012년 대비 24% 증가했으며, 올해의 경우 스마트폰 시장이 600억 바트(약 1조 9,158억 원)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위치한 최대 통신회사인 에티살랏(Etisalat)은 모로코의 모로코텔레콤을 인수하기 위해 43억 6,000만 달러(약 4조 4,990억 원)의 대출을 받았다. 프랑스 텔레콤 회사인 비벤디(Vivendi)로부터 모로코텔레콤 지분 53%를 인수하기 위해서다.

에티살랏은 아시아, 중동 및 아프리카에 걸쳐 15개국에서 통신서비스를 하고 있다. 2014년 2월 기준 에티살랏은 1억 5,000만 명 이상의 고객을 가진 세계 12번째로 큰 이동통신사업자다. 북아프리카의 이동통신시장의 성장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모로코텔레콤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 정부, 공동기지국과 통신사 신설로 통신비용 인하 노력

통신회사들의 과당경쟁이 국가경쟁력을 훼손한다고 판단한 중국 정부는 국가주도의 통신시장 재편을 계획하고 있다. 공업정보화부의 주도로 3대 이동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 차이나텔레콤, 차이나유니콤은 약 100억 위안(약 1조 6,455억 원)을 공동으로 출자해 4G 기지국 설치를 위한 ‘국가기지국공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3개사가 합작해 탄생하는 국가기지국공사는 기지국 계획 및 건설, 유지·보수를 담당하게 된다. 건설된 기지국은 3대 이동통신사에 임대 형식으로 운영될 계획이다. 지분은 3개사에 분할하게 되며, 현재 유일하게 4G 사업자로 선정된 차이나모바일의 기지국 설치 수요가 크기 때문에 3대 통신사 중 가장 많은 지분을 갖게 된다.

2014~2016년 중국의 TD-LTE 기지국 건설은 100만 개 정도로 예상되며, 총 투자액은 2,300억 위안(약 37조 8,465억 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내 4G 사용자는 2억 5600만 명, 총 소비액은 8,542억 위안(약 140조 5,586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3대 이동통신사는 자체적으로 기지국을 추가로 설치할 필요가 없으며 기지국, 전산실 등 4G 인프라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4G 보급비용이 절감되어 소비자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외국 통신장비 회사들의 매출은 줄어들 수 밖에 없어 실적악화가 불가피하다.

캐나다 정부는 4번째 무선 통신사를 허가할 예정인데, 현재 Rogers, TELUS, Bell 등 3개의 무선통신회사가 영업을 하고 있다. 3개의 주요 통신사들은 전체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이번에 정부가 4번째 통신회사를 도입하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기존 3개 회사들이 서비스가격과 안테나 이용비용 등을 담합해서 올릴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이다. 정부가 4번째 통신사를 허용할 경우 이용비용 절감으로 소비자 이익, 소비자의 선택기회 증대 등을 모두 합할 경우 소비자들은 연간 10억 캐나다 달러(약 9,418억 원) 이상의 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차이나텔레콤 빌딩(출처 : iN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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